다른 모든 사람이 몸을 만들고 있을 때, 그는 정반대로 했다.
《글래디에이터》(2000) 촬영장에서 러셀 크로우는 막시무스 장군 역을 위해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몸을 단련했다. 반면 호아킨 피닉스는 헬스장에 발을 들이기를 거부했다. 촬영 중 머리를 자르고 살까지 찌웠다. 제작진은 패닉에 빠졌고, 한 프로듀서는 배우가 배역을 위해 살이 찌고 있다고 불평하기까지 했다.

피닉스는 리들리 스콧에게 물러서지 않았다. 그에게는 뚜렷한 구상이 있었다. 코모두스는 사치 속에서 자라 전쟁터에 발을 들여본 적 없는 통치자처럼 보여야 했다. 그의 위험성은 힘이 아니라 뒤틀리고 불안정한 정신에서 비롯될 터였다.

그리고 이 도박 뒤에는 실제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었다. 영화의 규모에 너무 압도된 나머지 첫 장면을 끝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. 스콧은 그의 자신감을 되찾아줄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다.

그 결과 컬트적인 악역이 탄생했고 오스카상 후보에도 올랐다. 때로는 자신을 변신시키는 일이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, 캐릭터를 믿을 만하게 만드는 세부 요소를 찾는 일이다.

